피봇을 결심하는 순간
새로운 핵심 기능으로 무장하고, 개인 플랜으로 결제도 붙였지만 결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팀이 계획보다 3개월 빠르게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서 정말 마지막으로 팀스페이스에 대해 검증해보자라는 의지로 한 달의 시간을 받게 된다.
팀 플랜을 다시 검증해보자
우리가 앞에서 찾은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였다.
QAing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QA 업무 자체의 변동성이 크다
돈을 내는 의사결정권자가 실제 사용자와 다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팀스페이스를 고안하게 된다. 즉, QA 업무의 변동성이 큰 PM만 타겟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2번과 3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우리에게 한 달 밖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에 했던 것처럼 개발해서 검증할 순 없었다. (다행히도!) 근데 그럼 이걸 어떻게 검증할까?
프리세일즈를 해보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도 프리세일즈라는 개념을 주변 동료분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프리세일즈(presales)는 고객 인수 전 일반적으로 수행되는 활동과 판매 프로세스이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기로까지 확대하여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이 없는데, 판매를 한다는 개념이었다. 우리가 정의한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지금까지는
가지고 있는 제품
을 팔려고 했었다면,이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비전을 모두 담은
최종 버전의 프로덕트
를 팔려는 시도를 하는 것
한 달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니, 이 제품에 들어갈 기능을 모두 담은 제품의 최종 버전을 랜딩페이지를 통해 만들고, 결제를 받아보자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빠른 실행만이 살길이다
그렇게, 팀 스페이스 랜딩부터 빠르게 만들었다. 원페이저부터 시작해서 랜딩 카피와, 디자인, 개발까지. 4월 24일 프리세일즈를 하기로 한 날, 바로 랜딩 카피를 짠 후, 5월 3일에 1차 런칭을 하게 된다.
이때의 제품은 QA 과정 전체에서 찾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프로덕트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다보니, 랜딩페이지 외에도, 사전예약 페이지, 데이터 대시보드, 광고 세팅 등 말그대로 일이 2배가 됐다. 또 여기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프로토타입이었다. 제품을 보여드릴 수 없으니, 제품이 어떤 식으로 제공될지를 가늠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했는데, 기능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만들어야할 내용도 산더미같았다.
그런데 이것도 지금 보면 문제였던 것 같다. 제품에 기능이 많다고 해서 그 제품이 주는 가치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팀스페이스의 결제가 일어났을 때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내용은 뒤에서 차차 만나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격 정책은 아래처럼 정리했다.
당시에는 각 팀이 우리 팀은 어떤 플랜이 맞겠구나가 바로 느껴질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설명을 적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이슈 파일이 무엇인지, QA 시트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격정책이랑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 서비스는 채널톡이었다. 가격 정책은 모든 단위가 팀으로 이뤄지도록 바꿨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첫 사전예약 온보딩
그렇게 랜딩페이지부터 사전예약 신청페이지까지 유입을 한 후, 온보딩을 거치도록 퍼널을 설계했다. 팀스페이스로 프리세일즈를 하게 되면 기존의 QAing과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리드가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전에 많은 고객분들과 통화와 온보딩으로 만나뵈었었음에도 전과 다른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첫 온보딩 후, 바로 '다르지 않구나'라는 걸 직감했다. 개인 플랜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와, 팀으로 제공했을 때 우리가 만나는 고객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된 후, 이 팀스페이스도 결제를 이끌어내기 어렵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불현듯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매번 대표님이 QA를 벗어나는 건 어떠냐, 피봇을 하는 건 어떠냐, 이런 BM이 나올 수 있겠느냐 라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항상 “아니요, QA 됩니다.”라고 대답했었다. 고객을 가장 많이 만나고, 고객이 겪는 문제를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으로서 QA 시장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던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전제가 잘못됐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다.
비난과 원망의 안개가 모두 걷히고 나면, 다른 모든 것들 위로 하나의 근본 원인이 우뚝 솟아올랐다. 바로 '전제'였다. 개발과 출시에 문제가 있어, 시장에서 실패하는 제품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품이 실패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제품 아이디어가 잘못되었기 떄문이다. 대부분의 신제품이 실패하는 것은 설계나 개발, 마케팅이 허술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제품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만, '될 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해당 제품의 개발을 정당화해줄 만큼 충분히 많은 사람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닌 것이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어렵다면 문제가 있다
그동안 서비스를 오픈하고, 운영해오면서 BAU와 nonBAU를 의식적으로 지키면서 진행했었다. BAU는 그 효과가 입증이 되어서 루틴하게 진행하는 업무를 뜻하고, nonBAU는 새롭게 시도하는 업무들을 뜻한다. BAU : nonBAU를 4:1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특히 서비스를 런칭한 후부터는, 새로 가입하는 고객분들을 매일 리스트업하고 세일즈콜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BAU의 자리는 늘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문제는 하루하루 BAU를 꾸준히 진행하면서도 이 액션들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는 점이다.
첫 프로덕트이기도 하고, 성공에 대한 감이 없었다보니 “이만하면 괜찮은 반응이고, 이쪽으로 더 해볼만하겠다”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나아가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프리세일즈 이후, 첫 온보딩을 딱 시작했을 때, '이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 일이 어렵고 힘들기만 했던 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막연히 어렵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는 걸 배움이 있었다.
새로운 기회 발견 = 피봇
프리세일즈 온보딩 이후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먹고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의 현실은 QA 안에서는 사면초가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QA 담당자인 QA엔지니어에게 접근을 하자니, 필요한 스펙도 많고, 이미지 캡처/영상 녹화보다는 기술적인 것들이 더 요구됐다. 반면 PM을 타겟하자니, PM은 QA가 메인 업무가 아니라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결제를 하기 어려웠다. 드디어 QA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른 참이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고객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타겟하는 PM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직군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서 세일즈콜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가입하신 모든 분들께 전화를 드리고 있었다보니, 우리 타겟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분들께도 연락을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전체 회원가입자 중 20-30% 가량의 분들이 단순히 캡처/녹화 툴을 찾다가 유입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궁금한 마음에 어떤 일을 하시려고 찾아보셨는지 여쭤보니, 특정한 이미지 편집/ 특정한 시연영상 제작이 필요해서 등의 이유로 사용하게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두 가지에서 힌트를 얻어 살펴보니, 정말 편한 캡처∙녹화툴이 시장에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여기에서 새로운 아이템 캡처프로로 마지막 도전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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