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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에잉이 안된 이유 3가지

간단 요약하는 뼈 때리는 이야기들

큐에잉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쭉 다뤘다. 이야기는 우리가 지나온 여러 시행착오들과 나름의 자화자찬과 비판이 섞여있지만 아무튼 결론은 큐에잉은 안됐다. 분명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왜지? 왜 실패한 거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라는 질문을 간단하고 빠르게 답해보려 한다.

첫째, 안 될 놈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제품이 실패하는 이유는 안 될 놈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인터뷰 대상을 압박해서 그런 화살 돌리기 게임을 그만두게 하면, 그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한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프로젝트 참여자 대부분이 설계나 건축, 마케팅, 판매라는 각자의 분야에서는 나름 유능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출시나 운영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실패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화살 돌리기 게임 단계를 지나고 나면 대부분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렇게 다 지나고 보니, 우리는 충분히 제품을 잘 만들고 마케팅도 잘했는데, 그냥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젠장!"

QAing이 릴리즈를 한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쓰지 않았던 이유는 문제 해결이 안되고, 제품이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QA가 별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문제라고 말은 하지만, 거기에 시간을 쓰거나 돈을 쓸 정도로 문제인가라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그 행동이 답해주고 있다. 진짜 문제였다면 우리는 방법을 찾아나서게 되어있다. 시간이든 돈이든 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큐에잉의 경우도 제품이 너무나 문제였다면 우리를 닦달을 하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둘째, 고객을 몰랐다.

'누가 언제 이 문제를 겪느냐'라는 질문은 제품의 근본 질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가?'하는 정도의 근본적인 존재론적 질문인 것이다. 일단 문제를 겪는 고객이 있어야 제품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고객이 누구인지 몰랐다.

물론 이런 저런 설명은 붙었다. IT 스타트업에서 4-5명 정도의 제품팀을 이끄는 PM. 근데 내부 QA 팀은 없는, 근데 제품 퀄리티가 매우 중요한, 근데 배포를 1-2주 단위로 하는, ... 설명이 길어지면 명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딱 그랬다.

정말 많은 고객들을 만났음에도 고객을 몰랐다. 이건 좀 좌절감이 들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인터뷰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The Mom Test>를 읽었을 때 진짜 나를 보고 책을 썼나 싶을 정도로 너무 내 이야기였고 너무 뼈를 맞아서 아팠다.

Mom Test의 핵심 원칙

이제 우리는 엄마조차도 거짓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다음 세 가지 원칙을 따르면 됩니다.

✅ 1.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대방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라. ✅ 2. 과거의 실제 행동을 물어라. (가정이나 미래 계획이 아니라) ✅ 3.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많이 하라.

이 세 가지 원칙을 따르면, 어떤 사람도 나에게 거짓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의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셋째, 가장 큰 위험을 먼저 검증하지 않았다.

어찌저찌 매출을 일으켰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특히나 우리가 B2B SaaS를 만드는 팀이고, 우리 팀이 내야하는 최소 매출을 고려했을 때 이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선택을 했어야 했다. 창업을 한 팀이라면 이 문제를 더 시시각각 늘 느끼며 선택을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회사에 속한 팀이었기 때문에 놓쳤던 부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재미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우리 팀을 유지할 수준의 매출부터 더 큰 미래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발견은 다음 네 가지 중요한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다.

  • 가치 위험 : 고객이 과연 이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할 것인가?

  • 사용성 위험 : 사용자가 이 제품의 사용 방법을 이해할 수 있는가?

  • 실현 가능성 위험 :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인가?

  • 사업 유효성 위험 : 우리 사업에 효과가 있는 솔루션인가?

나처럼만 하지 마라

대학방송국 시절, 신입생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면서 자조적인 예능을 만든 적이 있다. 제목은 '나처럼만 되지 마라'. 복학생 선배가 신입생을 만나 본인의 지난 대학생활을 말해주며 조언하는 내용이었다. 큐에잉을 끝낸 나는 이제 새로운 프로덕트를 시작하는 또 다른 나에게 조언하려 한다. "나처럼만 하지 마라!"

그래도 그 속에서 도움이 된 것은 역시나 책이다. 그야말로 책이 사람을 만든다. 아니 어쩌면 나아가 제품을 만드는 걸지도, 세상을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스파이어드>, <린 스타트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마케팅 설계자>, <The Mom Test>, <유저 스토리 맵> 등 도움이 된 책은 너무나 많다. 고민이 될 때마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나서는 자세가 있다면 그래도 또 도전해볼만한 무기를 장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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