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무엇을 꿈꾸는가
2등이 꿈인 사람은 없다
교세라를 창업했을 당시 시마즈제작소는 교토기계공구와 함께 나카교구에서 제일가는 회사였다. 우리가 나카교구에서 1등 회사가 되려면 반드시 그 두 회사를 뛰어넘어야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 확실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제 넘는 큰 꿈이라 해도, 혹은 까마득히 멀리 있는 꿈이라 해도 그 꿈을 단단히 가슴에 품고 눈앞에 놓인 일을 해나가야 한다. 허름한 창고를 빌려 쓰는 형편에도 나는 늘 "니시노쿄하라마치 1등, 나카교구 1등, 교토시 1등, 일본 1등 회사가 된다!"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되뇌었다. 그렇게 줄곧 다짐을 품자 어느새 그 목표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했고, 어느새 우리는 높디높은 목표를 공유하고 매일 끝없는 노력을 퍼부었다. 그런 하루하루가 교세라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치까지 이끌어준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 이 일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높은 목표는 인간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최고의 원동력이된다는 사실을.
꼭 이루겠다고 간절히 마음먹어라
"강연 잘 들었습니다. 댐 경영으로 훗날을 대비해 여유있게 경영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쓰시타 씨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우리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생각처럼 안 되니까 골치가 아픈 거지요. 어떻게 해야 훗날을 대비해 여유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마쓰시타 회장은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으면 되지" 하고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그 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마쓰시타 회장이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으면 되지"라고 중얼거리듯 내뱉은 그 한마디 속에 담긴 의미와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바로 이 한마디로 마쓰시타 회장은 이런 말을 전하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
"당신이 미래를 대비하며 경영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 그렇게 경영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당신 회사에는 당신 회사에 맞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단 한마디로 제 의견을 드리자면, 반드시 그렇게 경영하겠다고 당신 스스로 진지하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간절한 마음과 절실한 다짐이 경영의 시작이니까요."
'저 회사처럼 성장하고 싶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꿈을 꿀 것이다. 그런데 그 꿈이 단지 바람으로만 그쳐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다. 꿈만 꿀 게 아니라 오늘 당장 남보다 더 자주 몸을 움직여야 하고, 내일 반드시 이루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진정으로 원하고 전념을 다할 때 꿈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현하지 못한다. 이것은 단지 일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철칙이다.
잠재의식에 닿는 순간 기회가 찾아온다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그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간절히 바라면 그 생각이 그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이 다시 생각을 간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간절한 소망은 분명해야 한다. 그저 막연히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이렇게 하고 싶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이 수반된 소망이어야 한다.
먹고 자는 일조차 잊을 만큼 간절히 바라고, 하루 종일 오직 그 일만 생각하면 소망은 차츰 그 사람의 잠재의식에까지 침투한다. 잠재의식이란 스스로가 알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는 정신세계로, 인간의 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의식을 말한다. 평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불현듯 나타나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간절한 바람이 잠재의식에 닿을 만큼 미칠 정도로 몰두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면, 또 하고자 한다면 그 일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굳게 다짐하라. 그리고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라. 그 정도의 각오도 없다면, 애초에 일을 시작할 필요도 없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하였는가
어느 날 밤 홀로 회사에 남아 컴컴한 사무실을 둘러보던 때였다. 어디에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 젊은 기술자가 제품을 구워내는 소성로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조심스럽게 겉으로 다가갔는데, 그는 어깨를 떨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고, 온갖 방책을 다 써봐도 소용이 없자 허탈감에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이다.
"오늘 밤은 이만 돌아가게나. 내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어깨를 다독이며 이렇게 위로해보았지만 그는 소성로 앞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런 못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자네, 제품을 만들며 신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나?"
"네?"
"부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순간 '잘 구워지게 해주세요'라고 신계 간절히 기도를 드렸나는 말일세." 이 말에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다시 한번 처음부터 해보겠습니다." 그는 고민이 싹 가셨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작업장으로 향했다.
"신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나?"라는 말은 사실 과학을 다루는 기술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때 나와 개발팀 직원의 대화를 누군가 엿들었다면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때 그 직원은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던 것 같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 이제는 신께 빌며 천명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자신할 만큼, 당신은 당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냈는가? 몸이 부서질 만큼 제품 하나하나에 영혼이 스며들게 했는가? 그렇게까지 강렬하게 염원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냈을 때, 비로소 신이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다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면, 그 이후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땀 흘린 과정에서 보람을 찾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나 높은 목표를 달성해나갈 때에는 '자네가 그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군!' 하고 신이 손을 내밀어줄 정도로 철저히 몰입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라. 자기 일에 대한 집념과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진짜 성공의 길에 오를 수 있는 법이다.
같은 속도로 달려서는 먼저 도착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노력하라!"
아무리 남들만큼 노력을 지속한다고 해도 모두가 똑같이 노력하고 있다면, 이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 그 정도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서 핵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이다.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평소에 하던 노력의 몇 배를 더 쏟아부어야 한다. 경쟁선상에 있는 누구나 그렇게 다짐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노력으로는 목표에 이를 수 없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큰 성공을 거머쥘 수도, 성공을 유지할 수도 없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이란 '이 정도면 됐다'는, 어떤 골인 지점이 있는 게 아니다. 도착점을 정해놓지 않고 계속 더 높은 목표를 세우며 끝없이 좇아가는 무한한 노력을 뜻한다.
"일이란 42.195킬로미터의 긴 구간을 달리는 마라톤 경주와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토록 긴 구간을 달려본 적이 없는, 마라톤에 이제 막 참가한 초심자와 다름없습니다. 경쟁자들은 이미 빠른 속도로 저 앞에서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100미터 달리기 경주를 하듯 뛰고 싶습니다. 그렇게 무모한 방법으로 달리다가는 몸이 버텨내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경쟁자들을 따라잡는 데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부터 경주에 참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렇게 단거리를 달리는 속도로 장거리를 달려 나가는 맹렬한 노력이 바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이다. 그저 평범한 노력으로는 남들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인생과 일에서 성공하기 위한 강력한 원동력이다.
돌 틈에서도 싹을 틔우는 잡초의 기세로
우리는 무심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은 힘들고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노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기질을 타고 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끝없는 노력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자연을 보면 어느 동식물이든 온 힘을 다해 살아가지 않는 생명은 없다. 오직 인간만이 편하고 쉬운 길을 찾는 데 열중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만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살아가는 일 자체가 치열한 노력의 연속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섭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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