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일을 사랑하는가
마음가짐부터 바꿔라
입사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당시 회사는 망하기 일보직전이었고 내가 하던 연구 개발은 무의미한 일에 불과했다. 회사에서는 세라믹을 재료로 만든 고주파 절연재료가 회사의 성장을 이끌 새 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가 맡은 연구가 매우 중요한 일이라 격려해주었지만, 말과는 달리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같은 해 입사한 동기 중 나 홀로 연구소에 배치되었다. 심지어 당시 파인세라믹 분야는 어느 회사도 성공시키기 못한 분야였다. 회사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아서 연구 설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상사나 선배도 없이 이 모든 연구를 혼자 해나가야 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도무지 내 일에 애정을 갖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것밖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파인세라믹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대학에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전 세계에서 나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이 일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품자 반복되는 실험과 단조로운 연구도 빛나 보일 정도로 근사하게 느껴졌다.
반쯤은 억지로 맡아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마침내 적극적으로 몰두할 만큼 일이 좋아졌고, 더 나아가 좋고 싫고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깊은 의의마저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천직'은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라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성취감도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미리 알고 그 일을 선택해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1만 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1만 명 중 9999명은 불행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하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생의 중요한 출발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맡으며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마지못해 계속한다는 사실이다. 주어진 일에 불만을 품고 탄식과 불평만 쏟아낸다. 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의심하면서 아까운 인생을 헛되이 보내는가? 좋아하지 않는 일은 낯설고 어렵기 마련이다. 예상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예상대로 흘러간다고 해도 너무나 힘들고 지긋지긋하다. 사소한 일을 해도 불만만 앞서고, 한순간이라도 빨리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사랑한다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일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는다. 그 일을 좋아하고 사랑할수록 전에는 보지 못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 일에서 찾아낼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지시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일하는 고통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작은 일에도 크게 감동하라
아무리 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마치 수도승이 고행을 하듯 힘든 일만 계속해서는 결코 그 일을 오래 할 수 없다.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야 일도 오래 할 수 있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연구가 잘 진행되면 순수하게 기뻐하고, 누군가가 성과를 칭찬해주면 온 마음을 다해 감격했다. 그런 기쁨의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욱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제품을 끌어안고 잠들 만큼의 애정으로
'내가 만든 제품을 끌어안고 싶다!' 나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이 만든 제품에 그만큼의 애정을 쏟지 않으면 결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없다. 내 일에 애정을 쏟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일에 미쳐보라'는 내 말이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해봤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일을 하면 1분도 열 시간 같은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 시간을 해도 1분보다 짧게 느껴진다. 그런 일을 끝내고 일어났을 때의 흥분과 쾌감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오랜 시간 그 일에 매달려도 기분은 오히려 상쾌하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보람 있는 일이라면 그 기쁨은 갑절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 무엇보다 더 좋아해보라. 그 일에 흠뻑 빠져보라. 그러면 퇴근 시간에 집에 가는 것조차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밤새워 그 일에 매달려도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일이 되고 그 일이 내가 된 것 같은 기분. 그런 과정을 거쳐 이룬 성과 앞에서는 누구라도 어린아이처럼 뛸듯이 기뻐할 것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아무리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반드시 길은 보이는 법이다. 이렇게 궁리해보고 저렇게도 궁리해본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무모한 짓이라 해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안 된다고 자포자기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유능한 상사도 없던 내가 모두들 어렵다고 꺼린 일을 너무나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 제품에 누구보다도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내가 하는 일에, 내가 만드는 제품에 애정이 없었더라면 그처럼 간단한 아이디어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업적은 사소한 데에서 시작하고, 그 사소한 것에 애정을 갖는 사람만이 위대해지는 법이다.
지금 일이 막히거나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일에 애정을 갖고, 그 일과 연관된 상황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라. 그런 다음 그 일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고 간절히 기도하라. 그러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가 귀에 또렷이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높은 곳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발에 딛게 될 것이다. 일에 대한 애정만큼 유능한 스승은 없는 법이다.
스스로를 태우는 사람이 되어라
물질은 불에 가까이 대면 타는 가연성 물질, 불에 가까이 대도 타지 않는 불연성 물질, 스스로도 잘 타는 자연성 물지링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연성 인간은 주변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하고, 불연성 인간은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까지 꺼버린다. 이에 반해 자연성 인간은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긴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동시에,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명백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영자라면 자신의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처음 사회에 나와 취업한 사회초년생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꿈을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이라는 건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상사와 부하 직원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협력해야 비로소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자신이 프로젝트나 집단의 중심이 되지 않고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해서는 일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자신이 일이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주위를 끌어들여야 일의 진정한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까?'
회사 물정을 잘 몰라도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서슴없이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나이나 경험에 관계없이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며, 장차 그 조직의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지시한 대로만 일하지 마라. 스스로 타오르지 않고 끌려만 다녀서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설령 일을 마무리했다고 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남에게 지시를 받고 일하기보다는 그 일의 중심으로 들어가 리더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일을 끌고나가라. 스스로 '소용돌이를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일하라. 스스로를 활활 태울 수 있는 자연성 인간이 되어야만 일이 즐겁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인생 역시 더욱 알차고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 그런 자연성 인간만이 성공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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