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무엇이 성공의 여부를 가르는가?
이야기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시작한다. 엄격한 학업과 체력 기준을 통과해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한 생도 다섯 명 중 한 명이 졸업 전에 중퇴하며, 그중 상당수가 입학한 첫해 여름에 '비스트 배럭스'라는 7주간의 집중 훈련 도중 그만두고 있었다. 2년 동안 준비한 학교를 2개월도 채 다니지 않고 그만두는 생도와 그렇지 않은 생도의 차이를 군 심리학자 마이크 매슈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성공의 심리학을 연구하던 저자도 각 분야의 지도자들을 면담한 결과, 분야에 상관없이 실패한 뒤에도 계속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한 특성임을 발견했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끈덕지게 자신의 일에 매달렸을까? 요컨대 분야에 상관없이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
그렇게 저자는 그릿을 측정하기 위해 열정과 끈기에 관한 질문을 모아 그릿 척도를 만들었다. 이 척도를 기준으로 웨스트포인트의 생도들을 대상으로 그릿 점수를 조사했고, 그 결과 비스트 수료를 예측해주는 변인으로 SAT 점수, 고등학교 석차, 리더십 경험 등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고 '그릿'이 중요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그릿은 영업사원의 근속 예측, 고등학교 졸업 예측, 학위 수료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통용됐으며, 그릿과 재능은 별개였다.
재능에 대한 편향이 위험한 이유
하지만 우리는 '선천적 재능에 대한 편향(naturalness bias)'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재능은 나쁜 것도, 모두에게 똑같은 것도 아니지만, 왜 '노력형'보다 '재능형'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나쁘다고 말한다. 재능만 집중 조명함으로써 나머지를 모두 가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댄 챔블리스는 <탁월성의 일상성>이라는 논문에서 빛나는 인간의 업적이 실은 평범해 보이는 무수한 개별 요소의 합이라고 말한다.
재능은 우리가 성공한 운동선수에게 붙이는 가장 흔한 비전문가적 설명일 것이다. 우리는 마치 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경기 성적이라는 표면적 현실 뒤에 존재하고 있어서 최고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을 구별'해주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위대한 선수들을 나머지 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특별한 재능과 신체적, 유전적, 심리적, 생리적인 '인자'를 타고난 축복받은 존재처럼 바라본다. '재능'이 있는 선수도 있고 없는 선수도 있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다.
우리가 운동선수나 음악가 등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성과를 볼 때, 우리는 매일 훈련하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그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성공의 이유를 재능으로 설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험과 훈련만으로 통상적인 범위를 훌쩍 넘는 탁월한 수준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 쉽게 이해가 안될 때 자동으로 '타고났다'는 분류를 한다. 같은 문제를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아무도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지 못한다.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하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재능만으로 성취를 전부 설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의 등식으로 성취를 설명한다.
재능 x 노력 = 기술
기술 x 노력 = 성취재능은 '노력을 기울일 때 기술이 향상되는 속도'를 뜻하고, 성취는 '습득한 기술을 사용했을 때의 결과물'을 뜻한다. 개인의 성취는 오직 재능과 노력으로 결정되는데, 노력은 두 번 인수로 사용되며, 기술을 '생산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더불어 기술과 성취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력하지 않을 때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며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열정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그럼 많은 분들이 나의 그릿 점수가 궁금하셨을 것 같다. 아래 그릿 척도로 그릿을 측정해볼 수 있다. 매우 그렇다고 생각하면 최고점 5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최저점 1점을 주고, 총점을 10으로 나눈 점수가 나의 그릿 점수다. (역이라고 표시된 항목은 점수를 반대로 적용한다) 3.8점 이상은 상위 50%, 4.1점 이상은 상위 30%, 4.5점 이상은 상위 10%이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 때문에 기존의 것에 소홀해진 적이 있다. (역)
나는 실패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워놓고 다른 목표를 추가한 적이 종종 있다. (역)
나는 노력가다.
나는 몇 개월 이상 걸리는 일에 계속 집중하기 힘들다. (역)
나는 뭐든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낸다.
나의 관심사는 해마다 바뀐다. (역)
나는 성실하다.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프로젝트에 잠시 사로잡혔다가 얼마 후에 관심을 잃은 적이 있다. (역)
나는 좌절을 딛고 중요한 도전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릿을 구성하는 두 요소는 열정과 끈기다. 홀수항목의 점수를 합산한 뒤 5로 나눈 값이 열정 점수, 짝수 항목을 합산한 뒤 5로 나눈 값이 끈기 점수다.
여기서 가장 의외의 부분은 열정 항목이 얼마나 열심히 목표에 전념하는가를 묻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열정은 '열중'이나 '집착'과 같이 쓰인다. 하지만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의 조건을 물었을 때 그들이 언급한 열정은 그 강도보다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열정의 지속성'을 더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열정은 시간이 흘러도 얼마나 '꾸준히' 목표를 고수하는가를 뜻하며, 열정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때 위계화된 목표 개념을 통해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 개념을 설명한다. 위계화된 목표의 맨 아래에는 가장 구체적인 목표가 자리한다. '오늘 오전 8시까지는 집을 나서겠다' 같은 것이 하위 수준의 목표로, 이는 단기적으로 해야할 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하위 목푤르 달성하려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원하는 또 다른 목표를 얻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며 중요한 목표라 설정된다. 상위 목표일수록 그 자체가 목적이고 하위 목표일수록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
8시 전에 집을 나서기는 하위 목표다. 이 목표는 정시 출근이라는 중간 목표 때문에 중요하다. 왜 정시에 출근하려고 신경을 쓰는가? 시간 엄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중요한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답변을 계속 해나가다 보면 목표 위계의 최상위 목표에 이르게 되고 이것이 궁극적 관심, 모든 하위 목표에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는 나침반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열정은단순히 관심 있는 일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동일한 최상위 목표에 변함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관심을 둔다는 것을 말한다. 열정은 변덕스럽지 않다. 열정은 날마다 잠들 때까지 생각했던 질문을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열정이 있다면 모든 행동의 의의를 궁극적 관심, 즉 인생철학에 부합하는 데서 찾게 된다. 열정은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만든다.
목표를 '진짜' 달성하고 싶다면
그릿은 아주 오랫동안 동일한 상위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철학'과도 같은 최상위 목표는 대단히 흥미롭고 중요해서 깨어있는 동안의 많은 활동을 구조화해준다. 투지가 강한 사람의 중간 목표와 하위 목표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최상위 목표와 관련이 있는 반면, 투지의 부족은 일관성이 부족한 목표 구조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상위 목표는 있지만 이를 지지해줄 중간이나 하위 수준의 목표가 없는 것을 가브리엘 외팅겐은 '긍정적 환상'이라고 부른다.
목표를 정말 이루고자 한다면, 최종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표의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다수의 중간 목표와 하위 수준의 실천 목표를 줄여야 한다. 즉,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워런 버핏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3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째, 직업상 목표 25개를 쓴다.
둘째, 자신을 성찰해가면서 그중에 가장 중요한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친다. 반드시 5개만 골라야 한다.
셋째, 동그라미를 치지 않은 20개의 목표를 찬찬히 살핀다. 그 20개는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더 중요한 목표에서 시선을 앗아갈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나침반은 둘 또는 셋, 넷, 다섯이 아니라 하나여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여기에 이 목표들이 공동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함께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즉, 우리의 에너지가 한 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하위 목표가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위 목표는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지만 상위 수준의 목표일수록 이를 고수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릿은 변한다
미국 성인 대표본의 자료를 토대로 나이대별 그릿 점수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그릿 점수도 올라간다. 즉 '성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우리는 몰랐던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변하고, 둘째로 필요할 때 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교훈을 얻고, 점점 증가하는 상황의 요구에 맞춰 적응해간다. 그리고 점차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이 습관이 된다. 급기야는 이전의 미성숙했던 자신을 기억도 할 수 없는 날이 온다. 그릿은 우리가 성장해온 시대 문화에 의해서도 변하고, 나이가 들면서도 변한다. 그릿은 생각보다 유연하다.
저자는 지금 원하는 만큼의 그릿이 없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내가 게을러서 그렇겠죠." "나는 뭐든 잘 잊어버려요." "일을 진득이 못 하는 성격이에요." 같은 대답은 잘못됐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포기할 때는 이유가 있다. "지루해." "노력할 가치가 없어." "이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나는 못 하겠으니 포기하는 게 좋겠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자는 포기 자체를 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상위 목표에 대해서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성숙한 그릿의 전형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네 가지 심리적 자산으로,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을 꼽는다. 우리는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법을 익힐 수 있으며 훈련을 습관으로 만들고, 목적 의식과 의미를 찾고 발전시키고, 희망을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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